2024.5.19 제28회 제주국제관광마라톤대회 하프코스 참가 후기(feat. 월정해수욕장, 아인즈 TR100러닝화)

신체적자유

2024.5.19 제28회 제주국제관광마라톤대회 하프코스 참가 후기(feat. 월정해수욕장, 아인즈 TR100러닝화)

먹돌세상 2024. 5. 20. 17:29
반응형

06:45 대회장인 김녕해수욕장으로 향하는 셔틀버스를 탔다. 오늘 대회는 제주에서 개최되는 몇 안 되는 메이저 대회다. 외국인 참가도 많다. 특히, 일본과 대만선수들이 많다. 가끔 정상급 선수들이 오기도 하지만 대부분 마라톤을 즐기는 마니아층이다. 국제대회라고 이름을 붙일만하다.

 
 
07:35 대회장에 도착하니 벌써 많은 선수들이 몸풀기에 열중이다. 평소 달리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았던가 싶다. 특히 최근에 마라톤 마니아들이 더 늘어난듯하다. 운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도 있지만 기안84, 류준열, 하정우 등 연예인들 취미로 마라톤이 방송에 소개되면서 젊은 층으로 더 빠르게 확산되고 있는 것 같다.

 
 
기마경찰은 제주자치경찰단 소속이다. 2012년 창설된 이후 말의 고장이라는 상징성과 자치경찰 고유의 업무수행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말 등장으로 대회장 분위기를 한층 끌어올렸다.(탑승 체험도 했으면 좋았을 텐데)

 
 
배번을 받고 허리벨트에 부착을 했다. 대부분 가슴이나 배 부위에 부착을 하는데 나는 옷핀으로 옷이 손상되는 게 싫어서 항상 허리벨트에 부착한다. 매번 드는 생각이지만 다른 것들은 편리하게 진화하면서 배번만큼은 세계적 대회에서도 똑같은 크기로 달고 뛴다. 올림픽에서도 마찬가지다. 무슨 이유가 있을까?

최고의 기록을 위해 신발도 옷도 첨단소재로 만드는데 배번은 왜 변화가 없을까?  

 
 
오늘 신고 달릴 신발은 미드풋 착지에 최적화되었다고 선전하는 아인즈 TR100 러닝화다. 아직 적응이 안 된 터라 기존 베이퍼플라이 러닝화를 신고 뛰려다 실착후기를 남겨볼 겸 착용했다. 오늘따라 다소 무겁게 느껴졌다.

 
 
08:30 하프코스 출발이다. 오늘 날씨까지 화창해서 그런지 참가자들 모두 밝은 모습이다. 이들을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충전되는 느낌이다.  

 
 
따스했던 햇볕이 조금씩 덥게 느껴진다. 몸에서 나오는 열기까지 더해지니 불안해진다. 반환점을 돌고 올 때 각오를 단단히 해야겠다는 생각이다. 뭐 빨리 뛰고 들어오면 되니까!

달리면서 중간중간 액션캠 촬영을 했다. 달리는 과정을 동영상으로 남겨놓고 싶었다. 한두 명 카메라 들고뛰는 사람도 있었다. 혹시 유튜버일까?

 
 
제주 해안은 언제나 아름답다. 해변이 크리스탈이다. 마라톤대회를 참가해서 이런 힐링까지 얻어갈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가! 하지만 상위권을 목표로 달리는 러너들은 이런 풍광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오로지 힘차게 호흡을 뿜으며 달려 나간다. 하긴 풍광이야 1등 하고 나서 돌아봐도 되니까!! 선수들은 뭘 해도 용서됨.

 
 
월정리 해수욕장을 통과하고 있다. 제주에 살고 있는 필자는 월정해수욕장이 유명해지기 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때는 그냥 조그만 모래사장 정도였고 크게 감흥은 없었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제주 관광코스가 되어버렸다. 그것도 필수 코스.
이제 와서 친한 척해본다. "어이 월정! 잘 지내고 있었지?"

 
 
사실 나는 모래사장이나 해수욕장은 별로다. 현무암 바위가 있는 해안가가 좋다. 한라산 화산폭발 당시 분출된 용암이 흘러내려와 바다를 만나며 만들어진 현무암 바위가 좋다. 똑같은 형태가 없다. 모두 다른 모습으로 박혀있다.

 
 
액션캠으로 이곳저곳 찍다 보니 벌써 반환점이다. 아차 싶었다. 페이스 조절도 안 하고 오다 보니 5분대 초반 페이스로 달렸다. 지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대회참가였고 적당한 기록은 가져가야 했다.

액션캠을 넣어두고 달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좀처럼 4분대 진입이 안된다. 다리가 무겁다. 날도 갑자기 더워진 듯했다. 앞으로 7km는 더 가야 하는데 어쩌지!

출발 전 배번에 대한 불만을 얘기한 게 화근이었을까? 결국 일이 터졌다. 옷핀이 구부러 지면서 고리를 이탈해 내 복부를 찔렀다. 따끔하는 정도였지만 괜히 기분이 안 좋다. 다행히 몇 미터 앞 급수대가 있어서 다시 추스를 수 있었다.

챙겨간 꿀 한 봉지 먹으려고 내려놨다가 물만 먹고 그냥 출발했다. 내려놨다는 생각조차 못했다. 한참 달리던 중 꿀봉지가 생각났다. 갑자기 옷핀이 더 미워졌다.

 
 
이제 3km만 더 가면 된다. 아직 5분 페이스로 달리고 있지만 영혼 없이 달리고 있다. 그냥 몸만 반응하고 있고 멘털은 단순해졌다. "몸 가는 대로만 따라가라"

날이 더운 탓인지 웃통을 벗고 뛰는 사람들이 좀 있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다들 근육맨들이었다. 근데 달리는 것도 잘한다. 근육도 예쁘게 키워놓았다. 한편 드는 생각은  '이 친구들 얼마나 자랑하고 싶었을까'(그동안 고생하면서 키운 거니 애교로 통과)

 
 
골인지점이다.
힘들게 달려왔고 이제 내가 했어야 할 숙제를 마치는 순간이다. 기록은 중요하지 않다. 지금 이 순간 나의 목표를 달성했다는 성취감이 나를 뿌듯하게 한다. 이 느낌은 마라톤대회에서만 느낄 수 있다. 그래서 나는 마라톤을 좋아한다.

 
 
골인하고 곧바로 급수대로 가서 생수 2병을 들이켰다. 날이 덥긴 더웠나 보다. 물을 이렇게 많이 마셔본 건 처음이다. 기록증을 받고 기념메달과 완주축하물품을 수령했다.

그리고 본 대회에서만 특별하게 진행되는 이벤트 '전복죽'이다. 선수들에 대한 배려가 돋보인다. 김치 몇 조각이 반찬인 단촐한 메뉴지만 꿀맛이다. 어쨌든 반드시 먹어야 하는 코스다.

 
 
대회 기념티셔츠는 미즈노 제품으로 하늘색 티셔츠인데 색상이 나쁘지 않았다. 단체로 입고 있는 모습은 흡사 맨체스터시티 유니폼!!!
그 외 에너지 음료와 에너지 바도 받았다.

사진에는 없지만 완주 후에는 컬러풀하고 귀여운 완주메달, 비타민 음료 등을 받았다. 풍성한 기념품이 다른 대회와 차별된다. 대회 운영도 괜찮다. 많은 급수대 운영과 화장실 설치, 셔틀버스 운행, 교통통제에서도 만족할만한 운영을 보여줬다.

 
 
달린 구간은 김녕해수욕장을 거쳐 월정해수욕장, 한동리 해안을 돌아오는 구간 21.0975km
공식기록은 1시간 53분 02초

정신이 조금 돌아오니 완주에 대한 감사함은 잊고 오늘 기록이 저조한 이유를 찾고 있었다.
간사한 게 사람 마음이다.
 
아침밥을 안 먹어서 그런가?
경기복으로 싱글렛을 안 입어서 그런가?
날이 너무 더워서 그런가?
새로 구입한 신발을 신어서 그런가?
들고뛴 액션캠 때문에 그런가?

 
 
이제 또 다른 목표를 찾아 놓고 달려가야겠다.
여러 가지 목표가 될 수도 있겠지만 아마 다음 목표도 마라톤대회 참가일 듯하다.
달릴 수 있음에 감사하고 또 감사한다.

아!!! 기록이 저조한 원인을 찾았다.
 

옷핀 때문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