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대회> 제주mbc국제마라톤대회 하프코스 참가 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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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라톤대회> 제주mbc국제마라톤대회 하프코스 참가 후기!

먹돌세상 2024. 4. 1.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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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전>

회사에서 단체로 신청했다. 하프코스는 15년 전 몇 번 뛰어보았다. 의욕이 앞서 하프코스 신청을 했지만 대회 전 날까지 후회하고 있었다. 달리다가 중간에 멈춰서는 경우가 가장 두려웠다. 장시간 걸어서 골인지점으로 들어와야 하기에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창피함도 감수해야 한다. 
 
대회 2주전부터는 갑자기 사무실 일이 많아져서 대회준비를 제대로 못했다. 2시간 이내 완주는 가능할까?
 
대회 전날이다.  
 
그동안 10km이내는 몇 번 뛰어 보았지만 15km 이상을 뛰어본 일이 없었기에 두려웠다. 마라톤을 알기에 더 두려웠다.
 
그래서 나름대로 '작전'을 세웠다. "호흡법은 투투호흡으로, 케이던스를 빠르게 가져가도록 하고 최대한 미드풋착지할 수 있도록"이라는 작전!
 
하지만 마라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그럴싸한 작전도 체력이 한계점에 오고 정신이 혼미해지면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다. 그냥 몸이 가는 대로 달리게 되어있다. 
 
그래도 일주일에 한 두번은 5km~10km 달렸기에 어쩌면 생각보다 "좋은 페이스로 완주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긍정 믿음도 있기는 했지만 크게 위안은 되지 않았다.
 

<대횟날 아침>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서야 하는데 젠장 늦었다.
전날 캡이랑 워치, 파워젤 대용 스틱 꿀, 선글라스 등은 챙겨 놓았지만 긴장한 탓인지 화장실을 두 번 다녀오는 바람에 시간이 지체됐다. 그래도 뭐라도 먹고 가야 하기에 미숫가루 한 컵 먹고 출발~~
마눌님이 살아 돌아오란다. 
 
대회장 근처에 다다르니 차량들이 정체되기 시작했고 대회장 주차장은 꽉 차서 도로변 주차를 해야 했다. 허겁지겁 대회장 천막을 찾아 지인들과 인사를 나누고 배번을 부착하고 나니 몸 풀 시간이 충분하지 않아서 또 불안했다.
 
운동장이 사람들로 꽉 찼다. 대회 참가자수만 3천명이란다. 마라톤 인구가 갑자기 늘어난 것 같다.
 

대회장 주변 벚꽃


이번대회 코스는 예전과 달리 해안도로를 거쳐 서쪽을 향해 곽지까지 다녀오는 코스다. 약간의 언덕도 있지만 거의 평지다.
 

워치상 마라톤 기록

 

<드디어 출발!>

개회식 행사가 길었다. 선거철이라 그런지 내빈소개가 너무 많았다. 출발시간 9시를 7분여 넘기자 출발선 대기 선수들이  "빨리 출발합시다"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역시 내가 짜증 나면 남들도 똑같이 생각하는 모양이다.
 
사태의 심각성을 알았는지 진행자는 급하게 카운트타운을 시작했다. 항상 하던 10부터가 아닌 5부터 시작. 급하긴 급했나 보다.
 
출발 총성과 함께 스타트!!!
나는 최대한 앞에서 출발하려고 비집고 들어간 덕분에 인파에 밀려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고행은 없었다.
오버페이스 방지를 위해 반환점까지는 코호흡만 할 생각이다.(나중에는 골인 때까지 코호흡만 실시했다.)
 
이번 대회는 풀코스가 없다. 한 해 제주에서 열리는 마라톤 대회는 4번정도 인데 교통관리 등이 쉽지 않았다고 한다.  교통통제로 도민들에게 불편을 준다는 민원도 있어서 내린 결정이라는 소문이다.
 
그래도 한 번쯤은 풀코스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풀코스 출전하려면 비행기 타고 서울이나 타 지역으로 나가야 하니 도민으로서 금전적인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런 거 해결하는 걸 선거공약으로 내세우면 당선 가능성 있을 텐데~~)
 

<5km 지점까지>

출발 전에 소형 액션캠(인스타 360 go3)을 챙겨 주머니에 넣어온 터라 해안도로 풍경을 담았다. 카메라 배터리가 빨리 소모되어서 반환점까지도 찍지 못했다.
 

마라톤 해안도로 코스


오버페이스 하지 않으려고 코 호흡을 해서 그런지 컨디션은 좋은 것 같다. 페이스도 출발부터 지금까지 5분 내외 유지 중. 딱 좋다.
 

심박수 최대치 ㅜㅜ


주로를 달리다 보면 자신과 맞는 페이스를 가진 선수와 불편한 동행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 사람의 복장에서 소속팀을 알게 되고 나이대라던지 어떤 신발을 신고 있는지, 워치는 어떤 걸 쓰고 있는지, 어떤 주법인지 등을 본의 아니게 살피게 된다.  가끔은 외국인도 있어 말을 걸어본 적도 있다. 물론 어학실력이 안돼서 대화는 바로 끊긴다.

도로 급수대 - 자원봉사하시는 분들


<반환점까지>

하프코스 반환점이 보이기 시작하는데 딱히 아픈 데가 없다. 간혹 시큰거리는 오른쪽 무릎도 보호대 착용덕인지 오늘은 괜찮다.
와~~ 이제 돌아가는 것만 제대로 하면 완주는 하는 거고 좋은 기록도 얻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오히려 힘이 났다.


반환점 돌기도 전에 선두그룹 포착(힘과 스피드가 어마어마하다)


같은 페이스로 달릴 수 있음에 감사했다. 누구를 이긴 것도 아니고 점수를 획득한 것도 아닌데 그저 고마웠다.
일반 구기종목을 비롯한 스포츠들은 경기를 하면서 즐거움이 있는데 마라톤은 즐거움은커녕 괴롭기만 한 운동이다. 매번 "다시는 안 뛸 거야"라는 생각이 든다. 재미도 없다. 그냥 말도 안 하고 달리기만 한다.
 
하지만 완주 이후부터 뿌듯함과 즐거움, 상쾌함, 자신감이 지속된다. 하루는 기본으로 가고 길게는 일주일 정도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그만큼 운동으로서 마력 지수가 높은 게 마라톤이다.
 

중간 구간 기록

 

<15km 지점까지>

이제부턴 언덕이 나오면 약간 페이스가 느려짐을 느낀다. 
훈련과정에서도 뛰어보지 못한 거리이기에 심리적으로도 긴장됐다. 몸의 신호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최대한 바른 자세를 유지하려 했다. 힘들다고 자세를 놓아버리면 바로 무너져 버리기 때문이다. 보폭을 줄이고 미드풋착지! 기록을 위해서는 분당 180회 정도의 케이던스 유지가 중요하다. 최대한 신경을 쓰며 달렸다.
 


잠시 페이스가 느려진 틈을 타 젊은 선수가 나를 앞질러 갔다. 7km 지점에서 나에게 추월당했던 그 젊은 친구였다. "원래 고수였나"(아래 사진 빨간 원안의 젊은 친구 ㅎㅎ)


나를 추월한 유일한 선수 ㅋㅋㅋ(빨간 원)


모든 선수들이 영혼 없이 달리고 있다. 나도 그렇다. 
내 몸이 불쌍하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기점으로 거듭나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내 몸은 평소 내 뇌의 지배를 받아오면서 몸이 움직였다.
뇌는 본디 새로운 것을 싫어하고 편한 것을 추구한다. 하지만 신체는 규칙적인 운동을 통해 더 강해지기를 원하고 있었다. 평소 뇌의 가스라이팅에 몸은 따를 수밖에 없었는데 오늘은 몸이 뇌의 지시를 거부하면서 움직임을 더 강화하고 있다.
 

<골인지점까지>

반환점 이후부터 내 바로 앞에서 달리는 남자선수와 골인지점까지 같은 페이스로 달리게 되었다. 달리는 폼으로 봐서 운동을 꽤 한 듯싶었는데 내가 쫓아가지 못할 정도의 스피드는 아니었다. 잘하면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추월지점을 2km 지점으로 잡았다. 그때까지 컨디션이 괜찮다면 속도를 올릴 생각이었다.
 
2km 지점에 왔는데 공교롭게 오르막 구간에 접어들었다. 그래서 안전한 페이스를 조금 더 유지하기로 하고 추월지점을 1km로 다시 고쳐 잡았다.
 
드디어 1km 지점
승부수를 걸었다. 치고 나갔다. 그 선수는 더 이상 따라오지 못하는 듯했고 나는 남은 오르막 구간을 더욱 가속해 치고 달렸다.  
골인지점이 보인다. 지친 티를 내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 자세를 바로잡고 분당 3분 30초대의 스피드로 골인점을 향해 달려 통과했다.
 
골인신호를 알리는 '삐--' 소리를 듣고 멈췄다.
전광판 기록은 1시간 44분대였다.
 
운동량과 내 몸상태를 감안했을 때 아주 만족할만한 기록이다.
페이스 자체도 이븐페이스(반환점까지의 시간과 골인점까지의 시간이 동일)였다.
페이스 운영도 굿!!!
 

워치상 최종 기록

 

<마무리>

마라톤은 정말 정직한 운동이다.
누구와 겨루는 스포츠가 아니다. 그래서 더 정직하다.
달릴 때는 고통스럽지만 완주 후에는 아름다운 세상을 보게 되는 운동이 마라톤이다.
평생운동으로 가져갈 만한 값어치 있는 운동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오늘도 달린다'. '달리는 인생'. 'NO MARATHON NO LIFE'
오늘 주로에서 선수들 유니폼에 새겨진 문구들이다.


대회 주최측에서 보내온 기록증

 

참가 기념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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