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는 섬지역 특유의 자연환경으로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관광지다.
제주시내에서 차를 타고 20여분 외곽지로 이동하면 빼어난 해안가를 볼 수 있고 중산간으로 가면 어렵지 않게 밀림(?)의 산세도 마주할 수 있다.
그래서 제주가 더 매력이 있다.
시간 날 때 돌아보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내서 돌아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주에 사는 사람이라도 제주를 모른다.
오늘은 도내에서 가장 넓은 백사장을 가진 표선해수욕장으로 간다. 오늘 동행자는 역시 짱돌님이다.
차박을 위해 새로 구입한 중고차 '대발이'를 타고 간다. 40여분을 달려 표선해수욕장에 도착했다.
원래 계획은 표선해수욕장 주차장 차박이었다. 바다뷰를 마주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주차장 앞은 완벽한 도로다. '바다뷰'대신 '자동차뷰'를 봐야 하는 구조다. 게다가 사람들도 많이 다닌다.
주차장을 본 후 말이 없던 짱돌님이 한 마디 한다. "이건 내가 생각한 게 아니야"
표선해수욕장은 내가 먼저 오자고 했던 터라 맘에 안 든다면 다른 대안을 내놓아야 했다.
그러나 내겐 '플랜 B'가 없다. 대안이 없다면 낭패다.
일단 수습을 위해 좀 이르지만 저녁을 먼저 먹기로 했고 우리는 광어물회를 먹기 위해 표선 해안도로에 있는 '광어多'라는 식당으로 갔다.
이곳은 광어양식장을 하면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었다.
양식이긴 하지만 싱싱한 상태에서 먹을 수 있으면 된 거라 생각했다.
우리는 광어물회, 광어회덮밥 그리고 초밥 1세트를 시켰다.
많다고 느꼈는지 짱돌님이 메뉴하나는 줄이자고 했지만 내가 요새 식탐이 많아져 다 먹는 데는 문제없었다.
각 메뉴당 가격은 12,000원이다. 다른데서 먹는 물회보다 고기도 많고 야채도 많이 넣었다. 저렴하다고 생각했다.
물회는 제주식이 아니다. 아마도 관광객들이 많아 그들의 입맛에 맞게 초고추장으로 응용한 것 같다.
제주식은 된장을 풀어넣는다.
제주 특성상 고춧가루와 고추장이 귀해 제주 메주콩을 사용해 왔다. 그리고 생선비린내를 없애기 위한 '제피'도 첨가된다.
내 입맛에는 맞았다. 짱돌님도 맛있게 먹는 것 같다.
나는 먹으면서도 머릿속에는 '플랜B'를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아직도 어떻게 해야할지 생각이 없다.
광어 흡입 후 다시 표선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주차장 말고 다른 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표선 포구쪽을 돌아보다 넓은 광장을 발견했다. 게다가 차들도 없다. 경계석도 낮다.
바다가 직접 보이는 곳이다.
순간 내 순발력이 발휘되었다.
나는 익히 알고 있었던 곳으로 안내 했다는 식의 액션을 보였다.
"여긴 언제와도 한가해!"라는 나의 말에 짱돌님은 반응했다. "역시 울 남편이구만 여기서 합시다."
(이번 차박도 편안하게 보낼수 있겠다)
동쪽으로는 방파제로 산책하는 사람들과 낚시꾼들이 조금씩 다녔다. 차박 하는데 문제는 전혀 없다.
오히려 조금씩 사람이 다녀주는 게 좋다는 생각이다.(사람이 다니지 않는 곳이면 뭔가 찝찝한 느낌)
이곳 표선포구는 당케포구라고도 하는데 '당'은 표선해수욕장 동쪽에 '세명주 할망당'이 있는 곳이고 '케'는 제주말로 포구를 말한다. 그러니까 '당이 있는 포구'라는 뜻이다.
제주에 '당'문화는 도민들의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는 장소다.
특히 바닷가에 있는 당은 해녀들의 무사무탈과 고기잡이 나간 남편들의 무사안녕을 기원하는 신성한 터다.
이곳 역시 당이 있었다.(오늘 우리 차박도 굽어살펴 주시옵소서!)
넓은 광장에 나무정자 두개가 있었다. 우리는 용감하게 정자 가운데 '대발이'를 집어넣었다. 차박을 하면서 느끼는 건 일단 용감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중은 나중이고 일단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유리한 자세를 잡자는 게 우리의 모토다.
차 내부를 세팅하고 나서 뒷문을 통해 보는 바다는 그야말로 최고다. 힐링 힐링 그 자체다.
주변에 사람도 없고 좋다. 하지만 좋은 것만 있는 것은 아니다.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화장실이다.
화장실은 해수욕장 화장실을 써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걸어서 10분을 가야 한다.
혹시나 몰라 우리는 휴대용 포타포티를 사용하기로 했다.
유사시 사용하기로 한거라 사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취침 전 산책 겸 화장실을 다녀오면 된다. 다만 맥주는 한 캔 이상 마시면 안 된다.
그리고 수분섭취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포구 뒷편으로 붉은 노을이 진다. 참 운치 있네. 더불어 긴장이 풀어진다.
표선이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었다니 새삼 다시 생각하게 된다.
해수욕장 화장실 내부는 관리가 되고 있는 듯 깨끗했다.
화장실 말고도 해수욕장 일대에 쓰레기를 볼 수 없을 정도로 깨끗했다.
낮에는 드넓은 백사장이 볼거리 더니 밤에는 수많은 전등으로 분위기를 만들어 놓았다.
산책하는 사람들이 해변의 올레길을 따라 걷고 있다.
짱돌님과 나는 점점 표선에 빠져들고 있었다.
우리는 해수욕장 야경을 만끽하고 밤 10시가 다 돼서야 화장실에서 '넘버 1'을 해결하고 대발이가 있는 장소로 향했다.
혹시 밤에 정자에 사람들이 와서 술판을 벌이지 않을까? 걱정은 됐지만 만약 술판이 벌어진다면 차를 옮기기로 했다.
차박이 좋은 게 빠른 기동성이지 않은가!
우려와는 달리 너무나 조용한 분위기였고 우리는 단잠을 잤다.
역시 세명주할망이 우리의 기도를 들어준 것 같다. "할머니 고맙수다예"
아침 산책을 나갔다. 간밤에 들어왔던 물이 많이 빠졌다.
드넓은 모래사장을 보니 갑자기 뛰고 싶어졌다. "달리고 싶었다"
(결국 짱돌님이 말려서 달리지는 못했지만 언젠가는 꼭 뛰고 인증받겠습니다.)
표선해수욕장은 텐트 칠 수 있는 야영장이 언덕 위에 위치해 있다.
다만 언덕 바로 위는 야영금지 장소로 지정되어 있다.
아마도 위험할 수 있고 야영질서를 유지하기 위한 방침으로 보인다.
야영장은 크지 않지만 나무그늘이 조금씩 있어 나쁘지는 않아 보였다.
해수욕장 서쪽으로 가면 인공 뚝이 보인다. 처음에는 고기를 가두고 잡을 수 있는 원담을 만들어 놓은 것으로 생각되었지만 그 형태가 포구 방파제 모습이기도 했다.
끝까지 걸어갔다 오긴 했지만 운동화를 신지 않으면 다칠 수 있다. 조심하기 바란다.
표선 당케포구는 그리 크지 않다. 큰 배도 없다. 어부들도 많이 보이지 않는다. 소박하게 고기잡이를 하는 듯하다. 포구 주변으로 식당들이 많았다.
흑돼지, 보말칼국수, 횟집 등 그리고 커피전문점 등 먹거리가 풍부하다.
표선은 한두 시간 정도면 돌아볼 수 있는 작은 곳이다. 그러나 자신을 보여주는 임팩트는 강한 곳이다.
하루 차박으로 표선을 선택한 것에 대해 짱돌님은 아주 만족했다.
처음 해수욕장 주차장을 보고 실망했던 모습은 없다.
다음에도 또 오고 싶다고 한다.
그리고 다른 차박지도 알아보라고 내게 임무를 줬다. 나의 선택을 따른단다.
하지만 나 역시 차박에 대한 정보는 없다. 그냥 찾아 나서야 한다.
이제까지 제주에 살면서 가 봤던 곳을 되새기면서 차박지에 최적화된 곳을 찾아야 한다.
어떻게 찾는 게 좋을까?
다음 차박지를 세명주할망에게 물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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