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표기가 없이 그냥 '노포'라고 했을 때는 무슨 뜻인지 몰랐다.
강의 전 관련자료를 찾아보다 보니 '오래된 가게'라는 뜻인지 알았다.
강연자인 박찬일 세프는 한식, 이탈리안 세프로 tvN의 '어쩌다 어른', '박찬일 박나래의 노포의 영업비밀', '수요미식회' 등 다수의 방송에 출연했었다.
평소 음식쪽에 별다른 관심이 없던 터라 강연자 이름이 생소했지만 방송경력으로 보면 이야기도 재미있게 풀어나가지 않을까 싶었다.(대개 전문분야 사람들은 아는 만큼 전달력에 있어서 미흡한 경우도 많아서)
오늘 강연은 노포가 가진 생명력의 원천은 무엇인지 그리고 10가지 장사철학에 대해 박찬일 세프의 과거 경험 등을 덧붙여 예상대로 재미있게 설명해 나갔다.
<노포란 무엇인가?>
일본은 100년 이상 지속한 가게가 15,000곳 이상이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80년 정도 유지가 되면 오래된 노포축에 든다.
일반적으로 3대가 이어지고 있는 가게를 노포로 볼 수 있는데 한 대를 30년으로 볼경우 61년이 될 경우 일단 노포의 자격(?)이 갖춰지게 된다.(3대가 시작하는 1년 되는 시점이 된다.)
그리고 변치 않는 맛과 인심, 함께 늙는 직원, 자주 찾는 단골이 노포의 주요 특징이다.
<왜 식당마다 'SINCE'를 붙이기 시작했을까?>
서울은 인구 70명당 식당이 한 개꼴이고 속초는 22명당 한 개꼴이라고 한다. 그만큼 식당이 많다는 뜻이다.
식당을 오픈해서 70% 정도는 1년 안에 폐업을 하고 3년 내에는 90%가 폐업한다고 한다.
오래된 식당이라는 상징성은 맛과 품질로 승부를 보고 있다는 증명이다.
최근에는 노포 마케팅도 인기다.
조선시대 마을인 '북촌'이라는 단어와 '삼대'같은 단어를 붙여서 사용하기도 하고 노포같이 보이기 위한 인테리어와 아웃테리어를 만드는 레트로 기술도 펼쳐지고 있는 실정이다.
심지어 주인의 출생 연도를 간판에 기입해 놓는 경우도 있고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가게를 운영하고 있으면서 갓 태어난 손주를 끼워 3대 식당이라고 하기도 한다.(부도덕하다기보다는 그만큼 최선을 다하겠다는 좋은 의미로 받아들여야)
가장 흔한 예로 옛날 노포의 대명사인 '선술집', '대폿집', '실비집' 등 과 같은 분위기를 내기 위해 막걸리 주전자를 찌그러뜨리고 내놓기도 하는 마케팅도 레트로 기술에 속한다.
<10가지 장사철학>
1. 주인이 매일 같이 그 음식을 먹는다.
주인이 매일 맛을 확인하는 집과 그렇지 않은 집은 차이가 난다.
"매일같이 냉면을 먹어요. 그래야 알 수 있어요"라는 서울 '을지면옥' 주인
'을지오비베어'주점도 마찬가지다.
"혀가 가장 정확하죠. 매일 아침 생맥주 맛을 확인합니다."라면서 매일같이 맥주를 먹어본다고 한다.
2. 매일 똑같은 시간에 문을 열고 닫는다.
성실함은 모든 장사의 시작과 끝이다. 여는 시간과 닫는 시간이 일정하지 않는 가게는 오래가기 힘들다.
손님과의 약속 중의 가장 기본적인 약속이다.
어떤 가게는 고기포를 굽는데 집게 같은 기구를 사용하지 않고 직접 손으로 굽는다.
손님들은 맛에 있어 별차이가 없음을 알면서도 뭔가 다르다며 계속 찾는다.
3. 직원, 거래처와 수십 년간 함께 일한다.
오래된 사람의 힘을 아는 식당은 결코 망하지 않는다.
한일관의 70대 노익장, 조선옥의 60년 차 주방장, 창업부터 지금까지 소고기를 팔판정육점에서 조달하는 하동관, 부민옥 2대 사장도 꼼짝 못 하는 오래된 홀 이모의 저력 등의 사례에서 보더라도 그들은 오랜 기간 함께 일하고 있다.
4. 정해진 양만큼 팔고 더는 욕심내지 않는다.
덜 욕심내서 더 성공한 집들의 비밀은 '절제'에 있었다.
" 1939년 창업, 하루 500그릇만 팔고 문들 닫는다."는 하동관의 사례에서 알 수 있다.
5. 단골의 얼굴과 취향을 기억한다.
고객은 자신을 기억하는 식당을 다시 찾게 되어 있다.
단골의 소주 종류까지 기억하는 직원도 있다.
다만 최근 AI기술 발달로 인해 식당을 찾는 손님의 얼굴을 스캔 후 과거 먹었던 음식의 취향과 컴플레인 사항 등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시스템도 개발 중이라고 한다. 개인정보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힘들 것도 같은데 결국 비슷하게라도 도입은 될 것으로 본다는 박셰프.
6. 손님이 노포를 만든다.(고객 능동행동)
정성을 다하는 식당에는 고객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낸다.
상호명도 없던 식당에 드나들던 손님들이 어느 순간부터 '마라톤집'이라고 불렸고 안주도 '마라톤', '재건' 등과 같이 손님들이 지어낸 식당이 있다. 이런 식당은 망할 수가 없다.
7. 재료비 셈을 중히 여기지 않는다.
좋은 재료를 쓰고, 섣불리 가격 인상하지 않는 식당이 오래간다.
다른 곳보다 조금은 비싸더라도 그냥 쓴다. 선대부터 쓰고 있다는 게 이유다. 서로가 꼼수가 없다.
8. 주인이 식당의 모든 솔루션을 알고 있다.
누구보다 주인이 '그일'을 잘 알아야 식당이 변하지 않는다.
을지면옥 등은 아직도 주인이 직접 만드는 고된 노동을 한다.(찬물에 헹구는 작업을 너무 오래 한 탓에 손에 감각이 없다 함)
직접 손만두를 빚어온 화교 중국집(오랜 손끝작업은 최고의 악력을 갖는다고)
무교동북엇국집의 경우 특별한 암호도 있단다.(기억에 의존해 작성한 터라 정확하진 않을 수 있음)
3.5 / 28 / 30 / 7/ 4
3.5명 정도가 먹으면 될 북어크기로 선택
솥은 28인분 정도 들어갈만한 솥을 선택
만든 지 30분이 지나면 그냥 버린다.
7개 솥 양만큼을 사용하고 영업을 끝낸다.
꼭 새벽 4시에 가게문을 연다.
9. 사업 확장보다 지속에 욕심이 있다.
오직 한결 같이 맛과 분위기를 유지하는 뚝심이 원동력이다. 즉 혁신보다 유지에 초점을 맞춘다.
노포는 처음가게 그대로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토박이 할머니순두부집은 " 오직 예전 방식으로 느리게 만든다."라며 과거의 맛을 유지하려는데 노력한다고
10. 시대를 읽는 눈을 가지고 있다.
사회적 구조, 고객의 니즈를 제대로 포착한 식당은 호황을 누린다.
기사식당의 전성기가 있었다. 해장을 주로 하는 경우 간단히 해장정도만 해줄 수 있는 메뉴도 있고 직장인의 식욕을 정확히 읽을 수 있는 인사이트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결론>
박셰프는 새벽수산시장에 자주 간다고 한다. 이곳에서 세상의 흐름을 읽을 수도 있다고 한다. 아마도 현장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뜻인 것 같았다.
앞에서 언급한 10가지 인사이트를 관통하는 3가지 키워드를 뽑아내보면
'배려', '뚝심', 그리고 '사람'이다.
노포를 일군 장사꾼들은 저마다 방식에서의 차이는 있지만 고객을 배려하고 제공하는 음식의 방식을 변함없이 유지하면서 고객이든 직원이든 거래처든 사람을 계속 가지고 가려고 했다.
필자가 생각하는 노포의 비밀도 한 가지 있을 것 같다.
환하게 웃어주는 직원들 얼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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