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차박 - 금능포구, 금능원담>제주원담에서 보말잡이. 보말미역국 끓여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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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차박 - 금능포구, 금능원담>제주원담에서 보말잡이. 보말미역국 끓여먹기

먹돌세상 2024. 9. 2.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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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무더운 여름이었다. 한 달을 넘게 집(에어컨)에만 있었던 것 같다.
요즘 아침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어온다. 역시 계절의 흐름은 어김없다.
 
마눌님과 나는 반나절 정도 '보말'(제주 고동)을 잡기로 합을 맞추고 차를 몰고 금능바다로 향했다.
일본열도는 태풍 '산산'의 영향으로 피해가 심하다고 하는데 제주바다는 약간의 바람과 파도만 있을 뿐 너무나 화창한 하늘을 보여주고 있었다. 
 
우선 점심 해결을 위해 '금능낙원'이라는 식당을 찾았다. 다양한 메뉴(몸국, 고기국수, 각종 볶음류, 돔베고기 등)가 있었지만 우리는 '한치밀면'이라는 메뉴가 궁금해서 들렸다.  일단 '한치밀면'과 '몸국'을 주문했다.
 
밀면에 (냉동) 한치를 넣어 비벼 먹는 한치밀면, 그리고 걸쭉함은 없지만 약간 칼칼한 맛에 몸국!
솔직히 훌륭하거나 특색 있는 방식은 아니었다. 그냥 일반적인 맛 정도라 생각한다.
 

금능포구 인근 '금능낙원'

 

아쉬운 것은 밑 반찬이다. 조금만 세칸접시에 김치, 미역 등이 조금씩 담겨져 나왔다. (핫한 관광지라면 좀 더 각각의 접시를 사용하는 성의를 보였으면 좋았겠다라는 생각!!!)

 

<제주금능원담>


점심 후 바로 금능 원담으로 향했다. 원담의 위치는 금능해수욕장과 금능포구 사이에 조성되어 있다. 
원담이란 자연 지형을 이용하거나 인공 담을 쌓아 밀물에 들어온 고기가 썰물 때 빠저나가지 못하도록 조성한 구조물이다. 
 
돌 많고 거친 바다에 일반 어망을 쓸 수 없었던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원담 구조를 보면 바깥쪽이 더 비스듬하게 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밀물 때 고기가 쉽게 넘어오도록 하는 한편 파도에 잘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라 하니 그 지혜에 다시 한번 놀라울 따름이다.
원담에 들어온 고기는 그물에 걸린 고기와 달리 스트레스를 받지 않아 이곳에서 퍼 올린 멸치가 특산품으로 여겨지는 이유라 한다.

하늘과 바다 구분이 너무 뚜렸하다. 백사장 한가운데 원담이 눈에 띈다.

 
마눌님과 함께 원담 가장자리를 돌며 '보말'을 잡고 있는데 원담지기 아저씨 한분이 오셔서 원담 밖으로 나가달라고 했다. 원담 훼손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관광객들이 원담에 괴어 있는 돌을 빼거나 뒤집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물론 일리 있는 말이다.  올해도 금능에서 원담축제(8월 3일~4일)를 했다고 한다. 마을 수익사업이다. 같은 제주도민으로서 섭섭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  우리는 바로 나가겠다고 하고 좀 더 머물다 금능포구로 이동했다.

원담이 바깥쪽이 낮게 되어 있었고 안쪽은 턱이 높았다. 원담 내에는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모살치'들도 보였다.

 

<제주금능포구>

 
금능포구는 관광객이 거의 없었다.
방파제 내항 쪽에는 물이 탁했다. 아마도 바닥이 흙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큰 바위사이에 보말이 붙어 있었고 원담에서의 것보다는 컸다. 순간 욕심이 생겨 물속에 들어가서 잡을까! 했지만 아직 태풍의 영향으로 파도가 있고 입수 후 목욕할 곳이 마땅치 않아 손에 닿는 것만 잡기로 했다. 
 
마눌님은 지형이 험한 내항 쪽이 아닌 완만한 외항 쪽으로 가서 채취를 했다. 옛날 생각이 떠올랐는지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열중하고 있었다.(어린 소녀 감성으로 잡고 있는 듯했다)

금능포구 내항. 보말을 잡기 위해 이곳저곳 살피는 필자의 모습이다.

 

<보말미역국>

 
보말이 생각보다 많았다. 보말가격을 인터넷에서 알아보니 제주보말 순살 250g이 28,000원선이다. 결코 싼 값이 아니다.
반나절 정도 시간을 투자하면 쏠쏠하겠다는 생각이다. 물론 시간대비 효율을 올릴 수 있는 '황금보말장'을 찾아야겠지만~
 
일반 식당에서 보말칼국수와 보말죽은 12,000원 내외다.  우리는 채취한 보말로 보말미역국을 끓였다. 정확이 몇 그램을 잡았는지 모르지만 4명 정도 먹을 분량이었다.(식당 가격으로는 50,000원어치라고 생각하니 '럭키비키'가 따로 없다)

채취한 보말. 불순물 제거를 위해 소금물로 씻어주고 삶았다.

 
필자의 맛 표현이 서툴지만 먹어본 느낌을 얘기해 본다.
첫맛은 바다향이었다. 하지만 바다의 신선함과는 조금 거리가 먼 그냥 천연 바다맛 정도였다.
(처음 먹는 맛이어서 표현이 안됨. 식당에서 먹어본 맛도 아니었음)
두 세 차례 수저가 입을 왔다 갔다 하면서부터 담백한 맛고 고소한 맛이 느껴졌다. 씹히는 보말의 육질도 쫀득쫀득했다. 
 
시중에서 먹는 전복은 모두가 양식인데 반해 시중에서 팔리는 보말은 모두 자연산이다. 어찌 보면 보말이 더 값진 것으로 취급되어야 하는 상황이다. 과거에 비해 보말의 위상(?)이 많이 올라간 것은 사실이다.
필자 유년시절에는 바다에 널려있어도 잡지 않았었다. 지금은 보말이 귀하디 귀한 세상이 된 것이다. 

마눌님이 끓여준 '보말미역국'. 식당의 것과 다른 깊은 맛이 난다고 하니 너무 좋아한다.(역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ㅎㅎㅎ)

 
다음 보말채집활동은 사전 답사를 거친 후 반나절이 아닌 한나절을 할애해 나갈 예정이다.
아직 제주 어딘가 '황금보말장'이 있을 것이다. 
보말미역국은 먹었으니 이번엔 보말을 삶아서 바늘로 빼내서 먹던지 아니면 진득하게 보말죽을 만들어 먹어보기로~~
 
 

보말의 영양가도 분석해 봐야겠다. 이 참에 '보말전도사'로 전향해 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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