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차박-삼양해수욕장>검은모래,담수욕장(샛도리물),제주도민 최애방문지
그제부터 제주는 장마 시작이다.
마눌님 퇴근시간에 맞춰 제주시내와 가까운 삼양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정말 오랜만에 찾은 삼양해수욕장이다. 많이 달라져 있었다.
식당 등 상가들이 밀집해 있었고 산책로도 우레탄으로 조성되어 깔끔했다.
나무모양의 조명트리는 이곳도 관광지라는 것을 알리는 듯했다.
사실 삼양해수욕장은 검은 모래의 해수욕장이라고 알려졌다.
강한 햇볕에 달궈진 검은 모래에 파묻혀 있으면 신경통, 관절염에 효험을 보였다고 한다.
도민들은 해수욕이 목적이라면 이호해수욕장이나 함덕해수욕장을 갔고 이곳 삼양해수욕장은 찜질과 치료 목적으로 많이 이용한 곳이다.
또 하나의 장점은 맑은 물의 용천수가 흘러내리는 담수욕장(샛도리물)이 조성되어 있다. 많은 사람들이 더운 여름을 피해 찾는 곳이다. 한 여름에는 밤늦게까지 차가운 물에 몸을 담그는 사람들이 많다.
제주시내와 가까운 거리라는 최고의 장점을 가진 삼양해수욕장은 제주도민들의 최애방문지중 한 곳이다.

차박지에 도착할 때쯤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고 있었고 자리를 잡고 짐 정리를 마칠 즈음 어둠이 내렸다.
그동안 마눌님이 차를 꾸민다고 선반도 만들고 다이소에서 물품을 사고 세팅을 하더니 제법 그럴듯한 인테리어를 만들어냈다.(가끔 차에 변화가 무엇인지 내게 물어온다. 나는 알아차리지 못할 때가 많다. 솔직히 미안하기는 하지만 내 눈에는 안 보이는걸 어찌할꼬~~)

해수욕장에 본격적인 어둠이 찾아오면 산책로에 나무모양 전등이 불을 밝힌다. 관광지 분위기를 만들어내기에 충분했다. 심지어 환하다.
다만 에너지 절약 때문인지 22시가 되니 아쉽지만 소등!!!
하긴 뭐 벤치에 앉아 쉬는 사람은 없고 군데군데 젊은 친구들 술판이 벌려있어 장시간 불을 밝혀 놓는다면 이들의 귀가시간도 길어져서 그리 좋을 것은 없어 보였다.

차박지 도착 전 순댓국밥 한 그릇씩 먹고 온 터라 저녁산책을 마치고 바로 차박지로 돌아왔다.
준비해 간 맥주 2캔 마시고 잠자리에 들었다.
차박지는 해수욕장 바로 옆 공터주차장이다. 차박이 목적이 아닌 차들이 수시로 들락날락거리긴 하는데 크게 문제 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모두 차 안에서 담소를 나누다 갔다.
아침에 일어나 확인해 보니 최종적으로 차박을 한 팀은 우리 팀 말고 한 팀이 더 있었다.
주차장 도로 맞은편에는 '흑섬'이라는 식당이 있는데 23시 정도까지 영업을 하는 듯했다.
화장실은 도보로 2분 정도 이동하면 담수욕장에 있는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다.

아침에 일어나 산책을 나왔는데 물이 많이 빠져있었다. 담수욕장은 이용은 사실 물이 빠져야 한다.
그래야 용천수를 그대로 맞이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바닷물과 섞여 있어 물이 짤 수밖에 없다.
허벅지까지 담가 몇 발자국 걷다 살을 에는 듯한 느낌에 서둘러 빠져나왔다. 많이 차가웠다.
여러분들도 물놀이는 바다에서 하고 몸 헹굴 때만 이곳을 이용하는 게 좋겠다.
아니면 정말 습하고 더울 때 몸을 담그면 좋다. 30분 정도 담수욕장에서 놀다 가면 몸의 냉기가 대여섯 시간 지속되기도 한다.
사실 도민들은 해수욕장보다는 이곳을 많이 찾는다.

담수욕장은 남탕과 여탕이 구분되어 있다. 밖에서 볼 수 없도록 돌담으로 막혀 있고 그 안에서 몸을 헹구거나 더위를 식히고 옷을 갈아입을 수도 있다. 공중노지목욕탕 정도로 보면 된다.(한여름철 자릿세 명목으로 돈을 받는지는 모르겠다. 아마 받지 않을 것이다. 만일 받는다고 하면 이곳 물을 이용하는 비용이 아니라 운영과 관리비용 정도지 싶다. 하지만 남탕과 여탕을 들어가지 않고 공개된 곳 이용은 돈을 받지 않는다. 아니 돈을 받으면 안 된다.)

담수욕장 바닷 쪽은 과거 삼양의 주된 포구로 이용을 했었는데 지금은 소형 낚싯배들만 이용하고 있었다.
큰 배들은 포구 동쪽에 방파제를 만들어 놓아 정주항(주된 포구)으로 사용 중이었다.

아침은 간단히 담수욕장과 해수욕장 검은 모래 산책을 마치고 차로 돌아와 컵쌀국수 하나씩 먹고 돌아갈 준비를 했다.
거창한 차박은 준비할 것도 많고 주위에 민폐(?)도 끼칠 수 있기에 우리는 '현실차박', '힐링차박'이 목적인 터라 마무리도 쉽고 빨랐다.
짐을 싸고 차 출발하기 전에 바다에 낀 해무를 헤치고 제주항에 입항하는 크루즈를 보는 행운도 얻었다.
배가 크기도 크지만 바다에 해무가 깔려있어 흡사 미지의 세계로 들어가는 모습이다.

블로그를 쓰면서 당시의 느낌을 다시 상기해 본다. 감정, 느낌 모두 훌륭했다.
지금 기억을 잊기 전에 내 추억앨범에 얼른 꽂아야겠다.
삼양의 차가운 용천수는 대여섯 시간 몸의 냉기를 유지시켜 한여름에도 쾌적하게 만들어주지만
내 앨범 속 삼양에서의 추억은 오륙 년 동안 유지시켜 주었으면 좋겠다.
아니다. 오륙십 년 정도라야 내 수명과 맞겠다.